첫 번째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2026년 2월 5일, 이탈리아 밀라노 볼리바르역 인근 거리. 수많은 인파가 한 남성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성화를 손에 든 그의 이름은 성훈.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의 멤버이자, 한때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상비군을 꿈꿨던 24세 청년이었다.
어린 시절 올림픽을 꿈꾸던 그 소년이 올림픽 무대에 섰다. 다만 스케이트 날 위가 아니라, 성화를 든 채 밀라노의 도심을 달리는 모습으로.

- 10년의 얼음, 그리고 무대로의 전환
성훈의 이력은 보통의 아이돌과 다르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도 출전할 만큼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피겨를 탄 시간이 약 10년. 그 기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올림픽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선수복이 아닌 무대 의상을 택했고, 엔하이픈이라는 이름 아래 K-POP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스케이트화를 벗은 선택이었지만, 얼음 위에서 쌓은 모든 것—훈련의 고통, 관객 앞에 서는 긴장, 팀워크의 호흡—은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성훈은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시절 올림픽은 저의 첫 번째 꿈이었다.
아이돌은 두 번째 꿈이라고 할 수 있다”며 “피겨를 10년, 아이돌 생활을 5년 넘게 하고 있는데 공통점이 많다.
평소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부분,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두 꿈은 사실 하나였다. 형태만 달랐을 뿐이다.

- 왜 성훈이었나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역할이 아니다.
성훈은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의 추천으로 봉송 주자 자격을 얻었고, 엔하이픈의 곡 ‘SHOUT OUT’은 팀 코리아의 공식 응원가로 선정됐다. 
이로써 성훈은 2024 파리 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한 BTS 진에 이어 K-POP 아티스트로는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 성화를 든 인물이 됐다. 
선택의 배경에는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
단순히 유명한 아이돌이어서가 아니었다. 대한체육회는 “성훈은 피겨 선수 출신이자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로 팀 코리아 국가대표들과 닮은 점이 많다”고 밝혔다. 
스포츠와 예술, 과거의 꿈과 현재의 성취가 한 사람 안에서 교차하는 서사. 올림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얼굴이었다.

- 밀라노에서의 닷새
성훈의 밀라노 일정은 성화봉송에서 끝나지 않았다.
6일에는 IOC의 공식 초청을 받아 한국인 중 유일하게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고, 코리아하우스와 삼성하우스를 방문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첨단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문화 홍보 활동도 병행했다. 
경기장 안에서의 시간도 각별했다.
성훈은 선수 시절 함께 훈련했던 차준환이 출전하는 피겨 남자 쇼트프로그램을 직접 관람하며 응원을 보냈다.
그는 “형은 모든 부분에서 ‘육각형’을 이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 잘한다”며 “함께 훈련했던 준환이 형이 올림픽에 출전해 감동이다”고 말했다. 
선수였던 자신이, 이제는 선수를 응원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것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에서.
- 꿈의 재정의
성훈은 소속사를 통해 “어린 시절 제 첫 번째 꿈이었던 올림픽 무대에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다시 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성화 봉송과 경기 관람을 통해 선수 시절의 열정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꿈을 ‘이루거나 포기하는’ 이분법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성훈의 밀라노는 그 이분법이 얼마나 좁은 시각인지를 보여준다.
올림픽 선수가 되려던 꿈은 이루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무대 위에 서겠다는, 세계 앞에서 빛나겠다는 더 근원적인 열망은—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완성됐다.
피겨 10년이 아이돌 5년을 만들었고, 그 아이돌 5년이 밀라노의 거리를 달리는 성화봉송 주자를 만들었다.
포기가 아니라 전환이었고, 실패가 아니라 우회였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성화는 2025년 11월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돼 이탈리아 전역을 거쳐 이어졌고 그리고, 오늘.. 2026년 2월 23일 새벽,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폐회식이 열렸다.
17일간의 대장정 끝에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공식적으로 꺼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쇼트트랙의 김길리가 2관왕을 포함해 3개의 메달을 쓸어담았고, 최가온은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차준환은 성훈이 경기장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성화는 꺼졌지만, 성훈이 밀라노의 거리를 달리며 품었던 감정은 쉽게 식지 않는다.
선수였던 자신이 성화를 들고, 함께 훈련했던 동료가 빙판 위에서 빛나는 것을 지켜본 2월.
올림픽은 그에게 과거의 꿈도, 현재의 무대도 아닌, 두 삶이 조용히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2030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열린다. 그때 성훈은 어떤 모습으로 그 무대와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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